몇 년 전 어느 겨울, 독한 감기에 시달렸다.
도무지 너무 아파서 견딜 수 없을 정도였는데 병원을 다녀와도 쉽사리 낫지 않았다. 무슨 큰 병이라도 걸린 줄 알았는데, 독감도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다.
목감기였는데, 목이 끊어질 듯 아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집에서 독립한지 얼마 안됐을 무렵이었는데, 혼자 살면서 아프니 정말 그 자체로 서러웠다.
내 건강을 챙기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와 반성을 하게 될 정도였다. 가장 많이 반성한 것이, 편식을 한 것이었다. '좋지 않은 음식만 먹으니 몸의 면역력이 떨어질만 하지' 싶었다.
그때의 감기는 나의 식습관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다이어트도 해야하고, 건강도 챙겨야 하니, 이제 좋은 음식을 챙겨먹어야겠다는 다짐이었다.
나의 평소 식습관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는데,
라면을 좋아해서 어린 시절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라면을 끓여먹었고,
떡볶이나 튀김, 치킨 같은 음식은 나의 주식이었으며,
고기를 먹을 때 쌈 조차도 먹지 않는
채소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결심했다.
몸에 좋은 음식을 일부러 챙겨먹자고.
실행에 옮기니 처음에는 잔뜩 기름진 음식들이 그리워 적응이 안됐지만
막상 음식을 먹으면서는 기분이 좋아졌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며 내 스스로를 잘 챙긴다는 느낌이 들었달까.
특별한 음식은 딱히 없지만, 그냥 자연그대로의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혼밥러인 만큼 최대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주이다.
갑자기 엄마가 해준 두부조림이 먹고 싶어서 레시피를 검색해서 만들었다. 하루에 한 번은 꼭 채소를 먹자고 다짐했는데, 브로콜리는 단골 메뉴. 단, 씻고 다듬고 데치는 과정이 좀 귀찮다. 일주일치를 한꺼번에 다듬어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조금씩 먹는다.
어묵탕 역시 자주 해먹는데, 혼자 사는 사람은 다양한 채소를 쟁여두기 쉽지 않다. 자주 안먹어서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 나 같은 경우는 파나 양파, 무 등을 작게 썰어서 냉동실에 얼린 후 그때그때 꺼내 쓴다.
고구마는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만점이다. 냉장고에서 고구마는 떨어지지 않게 늘 쟁여두고 살고 있는데, 고구마를 삶을 때 오랜 시간 푹 삶아야 한다. 찐득 찐득한 식감에 단 맛이 극대화 된다.
치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브리치즈인데, 코스트코에서 작은 3개들이에 9천원 대로 판매 중이다.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치즈를 즐길 수 있다.
고기 먹고 싶은 날. 양파와 함께 구워서 후추를 촤악 뿌려서 먹는다. 고기 먹을 때 쌈 같은 걸 즐기지 않기 때문에, 사이드 메뉴로 사과와 샐러리, 파프리카 당첨.
샐러리는 정말이지 너무 상큼하고 개운한 맛좋은 채소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채소류다. 사과는 껍질 째 먹는 사과를 즐겨 구입하는데, 한 번 더 씻어서 껍질까지 먹는다. 토마토는 자주 먹고 싶지만, 너무 금방 시든다. 코스트코처럼 대용량으로 구매할 경우에는 도저히 혼자 소화할 수 없는 양이다. 하나로마트나 이마트에 갈 때마다 5~6개 정도씩 구매한다. 칼집을 내고 살짝 끓는 물에 데치고 껍질을 벗겨서 먹는다.
집밥이 그리운 날. 미역국은 본가에서 공수. 냉동실에 국이나 찌개를 소분하여 얼린 것이 한 가득이다. (엄마 고마워요!) 밥도 한꺼번에 지어서 소분하여 얼려둔다. 메추리알 조림은 직접 메추리알을 구입하여 간장에 졸여봤다. 새우는 코스트코에서 파는 망고&새우 샐러드.
평범한 브런치. 크로와상은 코스트코 공수 식품. 크로와상은 12개에 7천원 대로 저렴한 편. 냉동 시켜놨다가 하나씩 해동해서 오븐에 구워 먹었는데, 특유의 냉장고 냄새가 빵에 배어 잘 안사게 된다. 그리고 빵을 가능한 끊어야 할 것 같아서 멀리 하고 있다.
하얀 동그라미는 모짜렐라 치즈인데, 너무 너무 맛있다! 코스트코에서 파는데 가격이 좀 있어 자주 먹진 못한다. 유통기한이 짧은 것도 자취녀&혼밥러가 구입하기에는 단점 중 하나다.
생선류가 땡기던 날. 하나씩 포장된 고등어는 가시가 제거되어 있고 익혀 있기 때문에 바로 데워서 먹기만 하면 끝. 너무 편리해서 자주 사게 된다. 전자렌지에 데워도 되지만 좀 더 바싹 굽고 싶어서 후라이팬에 한 번 더 굽는다. 계란말이는 손재주가 없어서 예쁘게 만들기가 너무 어렵다. 파와 양파를 다녀서 넣고 대충 둘둘 말아서 익혔다.
생선은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남는다. 정말 설거지할 때 비린내가 잘 가시지 않아서 너무 스트레스다. 자주는 못해 먹는다.
친구들과 간단한 파티. 내가 만든 건 없고 거의 코스트코 공수 음식들ㅜㅜ 연어회와 치즈, 새우와 망고 샐러드 등등. 가운데 고기는 한정판(?)으로 판매했던 립이다. 데우는게 힘들었다. 전자렌지에 데우자니 뻣뻣해질 것 같고, 미니오븐에는 안들어가는 사이즈였다. 대충 렌지에 데워 약간 찬 기운이 있는 채로 먹었는데 좀 실패였다. 급하게 모이게 돼 준비할 시간도 없이 그냥 이것저것 사왔는데, 다음에는 좀 제대로 준비해야겠다.
스페인 여행 갔을 때. 에어비앤비 같은 주방이 있는 숙소였다. 마트에서 이것 저것 장을 봐서 직접 해먹기도 했다. 한국 음식이 그리워서 커다란 닭다리를 사서 백숙처럼 고아서 후추와 소금을 뿌려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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