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맛집 & 음식

신포닭강정, 끊을 수 없는 단매의 유혹

by 모모송이 2017. 12. 31.


신포닭강정은 오랜 추억이 있는 집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들과 드나들었는데, 그때만해도 그렇게 줄을 서서 먹을 만큼 사람이 많지도 않았고 그냥 자주가는 분식집처럼 익숙한 곳이었다.


요즘은 정말이지, 평일 낮에 가도 웨이팅 없이 포장을 할 수가 없을 지경이니, 인천 맛집으로 너무 유명해져서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불과 10년 전에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요즘은 정말 내가 다니던 그 집이 맛나 싶을 만큼 수많은 인파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어쨌든 나의 단골집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져서 이제는 웨이팅 없어 먹기 힘들게 되었으니, 조금 오바하자면 젠트리피케이션이 어떤 마음인지 이해가 갈 정도다.


하지만, 불평을 하면서도 갈 수밖에 없는, 신포닭강정은 끊을 수 없는 운명의 맛이다.


닭강정의 맛은 그야말로 '단매'(단맛과 매운맛)의 결정판인데, '단짠'(단맛과 짠맛)보다도 더 중독성이 강하다. '달고 매운 맛'이라 하여 '달매'라고도 불리는데, '단짠'과의 유사성을 생각하면 '단매'라 부르는 것이 옳다고 본다.


속초에 만석닭강정이 유명하다고 하여 먹어봤는데, 먹는 내내 신포닭강정이 생각났다. 역시 닭강정은 신포닭강정이지! 하면서. 어쨌든 유명하다는 닭강정은 웬만해서 다 먹어봤지만 구관이 명관이었다.


신포닭강정은 생각보다 매운데, 내 입맛으로는 딱 좋다. 하지만 초딩 조카는 매워서, 매번 후라이드만 먹는다. 어린 아이들 입맛에는 조금 매울 수 있다.





단 것을 싫어한다면 입맛에 안맞을 수도 있다. 우리 엄마 포함 몇몇 어르신들은 '달기만 한데 뭐가 맛있냐'고 하기도 했다.


신포닭강정뿐 아니라 이런 반응은 전국구인 듯 하다. 통영에 여행 갔을 때 그 유명하다는 꿀빵을 사기 위해 길을 물어물어 찾아가는데, 한 어르신이 '어으 그 단 것을 뭐 사겠다고 그렇게 찾아가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씀하신 적이 있다. 꿀빵을 완전 사랑하는데, 그러고보니 나는 단 음식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수요미식회에도 신포국제시장의 맛집으로 나오기도 했다는데, 그래서인지 사람이 더 많아진 것 같다. 그만큼 주차하기도 힘들어졌다.


시장과 맞닿은 곳에 공영주차장이 있는데, 주말에는 50% 확률로 만차다. 평일에는 주차가 수월한 편. 물론 도로변 갓길(은 아닌 것 같고 엄밀히 따지면 불법주차)도 있지만, 자리가 있는 경우를 한 번도 본적이 없을 만큼 차들이 늘 빼곡하다. 아래 지도를 보면,

 




연두색 화살표를 따라 들어오면 일방통행 길인데, 왼쪽에 공영주차장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만차일 경우에는 일방통행이라 무조건 계속 직진해야 한다. 작은 회전로가 나오는데 그때 왼쪽으로 꺾어 거의 도로변까지 나가면 우측에 주차장이 보인다. 주차하면 닭강정집까지 꽤 걸어야 하지만, 시장 구경할 겸 슬슬 걸을 만 하다. 인천이라 주차비가 저렴한 편이다. 강남 같은 번화가에서 주차비로 스트레스 받던 나는, 인천에서 주차하려면 마음이 편해진다. 1시간에 2천원 정도다.


신포시장 길1과 신포시장 길2는 내가 그냥 편의를 위해 붙였는데, 신포시장은 두개의 메인 골목으로 시작한다. 들어가는 입구가 비슷하여 많이 헷갈리는데, 동인천역과 가까운 윗쪽 골목(신포시장 길1)이 바로 신포닭강정이 있는 골목이다. 


신포시장에 비슷비슷한 닭강정 집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원조집은 신포시장 길1로 들어가 왼쪽에서 첫번째 집이다. 늘 줄이 서있는데 포장해가는 사람들의 줄이다. 매장에서 먹고 가려면 하면 오른쪽으로 가면된다.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매장을 많이 넓혔다. 원래 있던 규모의 3~4배의 크키로 확장했다.

  

두 개의 시장 길이 헷갈려서 생긴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가족과 닭강정을 먹으러 가는데, 주차 길이 너무 막혀서 가족들 먼저 내려 닭강정집에 가고 나는 주차를 하고 가게에서 합류를 하기로 했다.


열심히 주차를 하고 닭강정집에 들어갔는데 아무리 봐도 가족들이 안보이는 것이다. 잠깐 어디 들렀다가 오나 싶어서 "4명이요"하고 앉았고(생각보다 금방 자리가 났다) 주문을 했다. 잠시 후에 전화가 왔다. 서로 동시에 "닭강정 시켰는데 왜 안와?"라고 물었다.


알고보니, 가족들은 신포시장 길2에 있는 왼쪽 첫번째 닭강정집을 그 원조집으로 착각하여 들어가 주문했던 것이다. 당연히 나는 원조집에 잘 찾아왔고, 가족들이 올 거라는 생각에 주문을 해버린 것. 


그래서 닭강정을 포장하고 가족들이 있는 그 제2의 닭강정 집으로 찾아가봤다. 이왕 시켰으니 먹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닭강정을 한입 먹었는데. 이럴수가. 맛이 완전 똑같잖아?


가게 이름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신포참닭강정 이런 이름이었던 것 같다. 맛은 거의 95% 비슷했다. 원조집보다 조금 덜 매웠다. 원래 원조집 근처에도 닭강정집이 많지만 영 맛이 달라서 원조집만 고집했었는데, 이 정도 맛이라면 굳이 원조집을 고집하지 않아도 되겠는데? 싶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원조집에서 힘들게 줄 서기 싫은 날이면, 신포참닭강정 집을 가기도 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 웨이팅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길2의 왼쪽 첫 번째 집을 가보는 것도 나름 괜찮은 방법이다. 요즘에는 가본 적이 별로 없어서 아직도 그 집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닭강정 외에 후라이드도 있는데, 오래전 먹었던 시장 통닭하고는 느낌이 좀 다르다. 내 입맛에는 별로지만, 닭강정의 달고 매운 맛을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메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