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인생 커피가 있다. 몇 년째 이 커피만 마신다.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침에 눈 떠서 커피를 내리는 일이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잠을 깨고, 뉴스를 읽고 날씨를 확인하는 그 짧은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커피 없이 시작하는 아침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정말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눈 뜨자 마자 커피를 마신다. 심지어 여행갈 때도 모카포트와 원두를 가지고 다닌다. 여행지에서도 카페는 널리고 널렸지만, 반드시 '내 커피'를 마셔야 한다.
카페인에 예민해서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그날 밤은 잠을 다 잔 것이다. 반드시 점심 전에 커피를 마셔야만 그날 숙면을 취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그러다보니 나에게 커피는 오전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모카포트를 이용해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우유를 섞어 라떼로 마신다. 우유와 에스프레소의 비율이 중요한데, 양을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색깔을 보면 안다. 너무 우유가 많아서도 안되고, 에스프레소가 너무 많아도 안된다. 내가 원하는 그 비율, 진갈색을 딱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코르시니 커피를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어느 날, 내가 커피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는 한 지인이 모카포트를 유럽에서 직구했는데 원두가 서비스로 왔다면서 나에게 줬다.
별 생각 없이 라떼를 만들어 마셨는데, 아니 이 맛은!
커피란 이런 맛이구나 싶었다. 지금까지 내가 마신 커피는 커피가 아닌 게 되어버렸다. 지나치게 다크하지도 않으면서도 묵직했고, 아주 깊은 초콜릿 향이 풍겼다.
이탈리아 원두 중에 일리와 라바짜 등을 가끔 마셔봤지만 코르시니는 생소했다.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여기저기 검색을 해봐도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정말 몇개 없는 정보를 샅샅이 뒤져봤는데, 그 정보들에 의하면, 코르시니 원두는 몇 년전에는 국내 호텔을 중심으로 유통된 적인 있지만 지금은 유통하는 곳이 없다는 거였다.
직구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코르시니 홈페이지(www.caffecorsini.it) 들어가보니 다행히 아주 다양한 원두들이 있었고, 심지어 한국으로 배송도 가능했다. 그래서 약 3년 간, 코르시니 공식 홈페이지에서 커피를 직구해서 마시기 시작했다.
가장 자주 구매했던 아라비카 100% 원두 2개. 양은 1kg. 아라비카가 아닌 로부스타 원두는 1kg에 9유로 짜리도 있다. 맛은 당연히 다르다. 아라비카 100%를 골라야 한다.
유럽은 배송료가 너무 비싸다. 15만원 이상이면 통관시 관세가 붙으므로(관세8%+부가세 10%) 배송료를 아끼기 위해 한꺼번에 많이 구입할 수도 없다. 더군다나 원두는 오래 쌓아두고 먹으면 신선도가 떨어지니 약 4~5개월 마다 한 번씩 직구해서 먹고 있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그런데 배송료가 점점 오른다. 처음에는 배송료가 40유로 정도였는데 이제는 50유로가 훌쩍 넘는다. 아무리 커피가 맛있어도 그렇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가격이다.
다음은 최근에 구입한 2017년 7월의 구매 내역이다.
Totale Merce은 총 상품 가격으로, 58.45유로다. Spese Spedizione는 배송비를 말하는데 53유로다. 환율을 1300으로 잡으면 68000원 정도다! 어마어마한 배송료다.
배송료와 상품 가격이 비슷하다. 그래서 더이상 코르시니 공식 홈피에서 직구는 어렵다 판단되었다.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다른 이탈리아 쇼핑몰이나 아마존, 이베이 등등 유명한 쇼핑몰을 샅샅이 뒤져봐도 코르시니 원두는 거의 없거나, 있어도 가격이 공식 홈피와 비슷했다.
그래서 다른 커피를 마셔보기도 했고, 코스트코에서 원두를 구매해보기도 했지만, 하루의 시작이 우울하기만 했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하루의 시작을 기분 좋게 시작했는데, 밋밋한 커피를 마시니 삶의 의욕이 떨어질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해외 쇼핑몰을 구경하게 됐고, 커피 어쩌구 써있는 배너가 있길래 클릭했더니, 프랑스의 커피 쇼핑몰이었다.
혹시나 해서 코르시니 커피를 검색했더니, 세상에. 있었다! 그것도 저렴한 가격으로!! 공식 홈피에서는 24유로인데, 이 사이트에서는 16유로였다! 드디어 찾은 것이다. www.maxicoffee.com 사이트 인데 프랑스 커피 쇼핑몰이다.
코르시니 공식 홈페이지보다 저렴한 나의 코르시니 커피를 구할 수 있는 것이다. 단, 한국으로 배송이 안됐다. 그래서 프랑스 배대지 엘덱스를 이용해서 주문했다.
<관련 글> 프랑스 배대지 엘덱스 이용 후기 (feat. 유럽 직구)
너무 저렴하게 구입해서 택배를 기다리는 시간이 여느 때 보다 행복했다. 가격도 저렴한데, 유통기한도 길고 완전 대만족이었다.
코르시니 커피만한 원두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원두 중에 맘에 드는 것을 찾으러 헤맨 적도 많다.
우연히 국내 어느 로스팅 회사의 원두를 먹고 너무 맛있어서 전화했더니 웬 아저씨가 받는다. "예? 무슨 커피요?" 뭔가 프로페셔널한 응대가 아니었다.
"000 원두가 맛있어서요, 구입하려고 전화드렸는데요. 어디에서 파는지 모르겠어서 전화드렸어요."
그랬더니, 주소를 알려달란다. 그냥 하나 보내주겠다고. 그래서 일단 알려줬는데 원두가 오긴 왔다. 아마도 내가 무슨 카페를 하는 줄 알고 샘플로 보내주신 것 같다.
근데 그 맛이 아니었다. 전혀 다른 맛. 전화해서 "저번에 먹었던 000 원두와 맛이 달라서요. 그 원두를 구입할 수는 없나요?" 물어보니 수입되는 생두가 그때그때 달라서 맛이 다르단다. 헐.
그래서 그때 알게 됐다. '국내 로스팅' '갓 로스팅한 커피'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생두는 100% 수입인데, 좋은 생두를 들여오는 것 또한 중요하다.
맛있는 사과가 있고 맛없는 사과가 있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원두의 질이다. 원두의 질을 일일이 검수하고 매번 비슷한 밸런스를 유지하려는 것이 중요하다.
코르시니 원두는 다양한 종류를 팔지만, 맛의 퀄리티는 거의 비슷하다. 코르시니 만의 특유의 맛과 향이 있는데, 어떤 원두를 사도 믿고 먹을 만 하다. 캡슐도 파는데, 캡슐은 안먹어봐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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