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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유럽 여행, 베드버그의 추억(?)..멘붕에서 극복까지 (사진 주의!)

by 모모송이 2019. 11. 3.
 
남의 일인 줄만 알았다. 
베드버그란, 호스텔 같은 저렴한 숙소에서만 걸리는 줄 알았던 것이다. 
 
지난 10년간 유럽을 다녔지만 한번도 본적도 없고 물린 적도 없었는데
이렇게 겪게 될 줄 정말 몰랐다. 
 
남의 일인 줄 알았던 베드버그가 나의 일이 되었을 때의
그 충격은 이루 말로 표현 못할 정도다. 
 
무엇보다 해외에서의 소중한 시간을
공포의 시간으로 소비해야하고,
혹시 내 짐의 어딘가에 숨어있지는 않을까 하는 공포심이
물린 자체의 공포보다도 크게 다가온다.
나는 보통 투어리스트급 호텔 정도를 이용하는 편인데, 
스페인 세비야에서 예약한 숙소에서 일이 터졌다. 
부킹닷컴에서 예약했지만 호텔이 아닌 에어비앤비 같은 주방이 있는 숙소였다.
 
베드버그를 침대에서 발견했을 때에
밤을 꼬박 새서 베드버그를 검색해봤었는데, 정보가 생각보다 없었다.
나처럼 베드버그 위기를 겪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정리해 올린다.
 
 
1. 베드버그를 마주하다
 


 
이상하게 잠을 뒤척이게 된 날이었다. 해당 숙소에는 3박을 머물렀는데 마지막 날 밤이었다. 
 
그 숙소는 부족함이 없었다. 
호텔급으로 깔끔하고 게다가 주방에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숙소였다. 
(추후 숙소 리뷰에 올릴 예정!)
 
잠깐 잠이들었다가 문득 깼는데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였다. 
다시 자려고 옆으로 누웠는데
귀가 베개에 맞닿아 있는데, 
뭔가 '사각사각사각 스르르'하는 소리가 아주 또렷하고 선명히 들리는 것이었다. 
너무 놀라서 용수철처럼 뛰어올라 일어났다.
 
방에 불을 켜고 이불과 베개를 들춰보니... 
베드버그가 한마리씩 붙어 있었다. 
처음봤는데도 베그버드란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베개에 있던 녀석은 아주 작았고,
이불에 있던 녀석은 통통한게, 이미 나의 피를 많이 먹은 것 같았다.
 
막상 마주하니 너무 놀랐는데,
'멘붕'인 상태에서 본능적으로 침대 근처에 짐을 모두 뺐다.
머리카락에 붙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해드뱅잉을 하듯 머리를 마구 털었고
입고 있던 옷을 죄다 벗었다. 
 
다행히(?) 베드버그는 꽤 크다. 육안으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다.
 
아침 7시에 숙소를 나서야만 기차를 탈 수 있었는데,
새벽 3시에 베드버그를 발견한 후 나갈 때까지
밤을 새서 짐을 샅샅이 확인했다.
 
베드버그를 발견하면 모든 짐을 다 버려야 한다는데,
여행 중에는 쉽지 않다.
그래서 모든 옷을 일일이 뒤집어서 구석구석 육안으로 확인했고
작은 짐까지도 확인을 거쳐 캐리어에 넣었다.
검은색 옷은 잘 안보일 수 있어 밝은 조명 아래서 눈빠질때까지 검수(?)를 거쳤다.
그래도 의심가는 물건은 비닐봉지에 꽁꽁 묶어서 따로 캐리어에 넣었다.
 
 
2. 일주일 후에 올라오는 흔적들
 
베드버그를 발견한 후,
5일 뒤에 귀국하는 일정이었다.
근데 마지막날까지 어떠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가 부풀지도 않았고 자국도 안보였다.
베드버그를 발견한 후 5일이 되어서까지 멀쩡하니, 
'혹시 물리기 전에 발견한거 아닌가?' 하면서 좋아했다. 
 
그런데.. 귀국한 바로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가서 거울을 본 후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나홀로 집'에 맥컬리 컬킨이 화장품을 바르고 소리를 지르는 것과 같은 비주얼)
어제만해도 없었던 벌레 물린 자국들이 얼굴 가득한 것이 아닌가. 
 
한편으로는,  
해외에 있을 때 부풀었다면 여행을 다 망쳤을텐데,
귀국하고 집에서 오랜만에 단잠을 청한 후에 증세가 시작되었으니
불행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 단위로 사진을 찍어봤다.

부풀어 오른지 2주가 지나면 점점 흐려지고 3주째가 되면
거의 티가 나지 않는다.
 
 
3. 물린 자국보다 더 큰 정신적 공포
 
생각보다 간지럽지도 않았다.
그냥 모기에 물린 정도?
 
어떤 사람은 간지러움 때문에 
평생 겪지 못했던 괴로움에 시달렸다는 후기를 많이 봤는데
나는 정말 다행이었다.
 
낮에는 아예 감각이 없었고
밤에만 좀 긁게 됐는데, 견딜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진짜 정신병에 시달리는 기분이랄까.
노이로제가 이런 증세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집에서 검은색 작은 점만봐도 소스라치게 놀란다 (자세히 보면 먼지 같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
 
둘째, 자다가 침대에서 무슨 작은 소리가 나는 것 같거나 어디가 간지러운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벌떡 일어난다 (잠을 깊이 못잤다)
 
셋째, 짐에 혹시 따라온 것은 아닌지 불안함이 지속된다. 
 
'혹시 나를 따라오지 않았을까' 하는 심리적인 요인이 정말 정말 크게 작용한다.
정작 물린 곳은 그렇게 간지럽지도 않고 그냥 불쾌한 정도였다.
하지만 침대의 이불이 조금만 바스락거려도 놀라게 되는 스트레스가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4. 갑자기 올라온 새로운 부위ㄷㄷㄷ
 
얼굴에 자국들이 올라온 후 며칠 뒤에
손에 물린 자국이 새로 올라왔다..
분명 없던 자국이었는데, 얘는 왜 대체 이제야 올라온 걸까.
정말 무서웠다.
짐을 타고 나를 따라온 베드버그가 내 침대에 붙어서 나를 새롭게 깨물었구나 싶어서.
 
침대를 뒤집고 침구를 다시 빨고 하는 난리부르스를 쳐야 했는데
결론적으로, 짐을 타고 새로 온 녀석은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고
손의 자국처럼 뒤늦게 증세가 올라오는 자국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드버그는 모기 물린 자국과 달리 안에 물이 차있는 듯한 그런 형태가 많다는데
굉장히 혐오스럽다ㅠㅠ
히스테릭한 증세는 한 2개월 정도 지나니 괜찮아졌고, 
이제는 이렇게 추억이 되어 포스팅 한다.  
 
 
** 결론!
 
물린 뒤 5일 후에 증세가 나타났고, 약 3주가 지나면 자국이 거의 없어진다.  
연고는 따로 바르지 않았고, 3주째에 흉터에 바르는 연고를 한 두번 발랐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