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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엄마랑 떠난, 서유럽 패키지에 대한 단상 ③끝

by 모모송이 2018. 1. 9.




엄마와 서유럽 패키지뿐 아니라 동남아, 일본 등등 수많은 여행을 함께 했다.


하지만 며칠 함께 여행하는 것과 열흘 넘게 함께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한 평생 같이 살았어도, 여행 가서는 부딪힐 일이 반드시 생긴다.



1. 패키지로 간다면 풀옵션이나 고급 상품으로


엄마랑 몇개의 패키지를 함께 했는데, 옵션 선택할 때 안하게 되면 어르신들은 좀 민망하시는 경향이 있다.


젊은 사람들은 '저흰 안할래요. 잘 다녀오세요~'라고 당당히 말하고 사람들이 선택관광 다녀올 때 알아서 시간 잘 보내는데, 어른들은 뭔가 가이드 눈치를 보게 된달까? 우리 엄마뿐 아니라 나이드신 분들은 대부분 그런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주 오래전 동남아인 세부로 패키지 여행를 갔었는데, 풀옵션이 아니었고 아주 흔하고 흔한 가격의 상품이었다. 그런데 너무 선택 관광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저녁에 공연을 보는 것이 있었는데, 저렴하지도 않았다. 맥주 하나씩 제공이라는데 우리는 음주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필리핀에서 공연은 무슨 공연이란 말인가.


그런데 가이드가 너무 재밌는 공연이라고 좋게 포장을 하고, 같이 투어했던 패키지 사람들이 신청을 하니까, 엄마가 옆에서 내 옆구리를 찔렀다. 어쩔 수 없이 신청을 했다. 가격도 저렴하지 않았다.


결론은 '최악'이었다. 아주 허접한 공간에서 호프집같은 테이블에 맥주를 몇개 주고, 게이 같은 분들이 나와서 노래하고 춤을 추는게 다였다. 오히려 일정 중에 있었던 민속촌 같은 식당에서 식사하면서 본 민속춤이 훨씬 나았다.


암튼, 부모님은 선택관광에 있어 자유롭지 못하므로, 어짜피 하게 될거 차라리 그냥 다 포함된 상품이 나은 것 같다.


유럽 패키지는 대부분 옵션이 포함이어서 좀 괜찮았다. 로마에서 벤츠 투어를 신청하는 것이 따로 있었다. 벤츠 투어를 안하는 사람들은 로마를 따로 구경해도 됐다. 심지어 인솔자와 가이드가 나뉘어서, 한명은 벤츠투어를 지원하고, 한명은 벤츠 투어를 신청하지 않은 이들과 걸어다니면서 구경했다. 



2. 패키지 여행의 스트레스, 쇼핑 


여행 패키지의 단점은 단연 쇼핑이다. 사고싶지 않지만, 뭔가 하나는 사야될 것 같은 분위기가 다소 있다. 


처음 동남아 패키지를 갔을 때는 무슨 조개로 만든 장식품같은 것도 사고, 볼펜도 사고 했는데, 결국 집에 오면 안쓰고 버리게 된다. 그나마 말린망고와 몸에 바르는 코코넛오일 같은 것만 쓰게 됐다. 


그래도 유럽은 쇼핑 상품들이 대부분 자주 쓰는 것이라 좋았다. 늘 사용하게 되는 올리브유, 비누 이런 것들이라 나도 신나게 쇼핑을 했다. 내가 갔던 서유럽 패키지의 경우에는 쇼핑은 파리 라파예트 백화점과 이탈리아 쇼핑센터, 스위스에서 무슨 면세점. 이 정도였다.


라파예트 백화점은 그냥 백화점 구경만으로도 재미있고, 프라다 같은 명품을 사는 경우에는 가이드가 텍스리펀까지 도와준다. 한국처럼 빨리빨리 문화가 아니라서, 텍스리펀의 줄이 길거나 일처리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어짜피 가이드가 끝까지 따라붙어 도와주기 때문에 시간 초과를 걱정안해도 된다. (물론 명품을 안산 사람은 처음에 약속했던 1시간이 넘어가서 불만을 드러낸 사람도 있었다)


스위스는 물가가 높기로 유명해서 뭘 사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안든다. 사람들이 가장 아무것도 안산 곳이 스위스였다.


이탈리아 쇼핑센터. 여기에서는 사람들이 신나게 쇼핑했다. 나도 신났고 엄마도 신났고 모두가 신났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식재료를 마음껏 살 수 있었다. 가격도 괜찮은 편이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산 제품은 단연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식초. 그 다음으로는 파스타 면이나 올리브 비누 같은 것들.


쇼핑센터 직원 중 한국인이 있었는데, 목소리가 남달랐다. 알고보니 이태리에 성악 공부하러 왔다가 투잡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무슨 오페라에 나오는 목소리 톤으로 쇼핑센터가 쩌렁쩌렁 울리게 '어머님~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이탈리에서도 가장 잘 팔리는 상품입니다'하면 다들 쳐다봤다.


그 남자분 주위로 아주머니들이 몰리면서 '아니 웬 목소리가 그렇게 좋아요?' '여기 사세요?' '성악하셨어요?'라는 폭풍 질문에 역시 오페라 무대의 배우처럼 친절에 답해주는 모습을 보고 엄청 웃었다.


사실 가이드나 인솔자는 누가 뭘 사는지 별로 신경을 안쓴다. 수익과 연결되므로 뒤에서 유심히 체크할지 몰라도, 적어도 '왜 안사세요' '뭐 필요한거 없으세요?' 같은 말은 안하니 걱정 안해도 된다.


물론 사람 심리가, 옆에서 누가 막 신나게 쇼핑하고 돈쓰면 괜히 의기소침해질 수는 있다. 그래서 패키지 여행에서 쇼핑 횟수는 가능한 적을 수록 좋다.






3. 부모님과 다툴 일이 생겨도 꾹 참아라. 참을 인(忍) 새기기.


누군가와 같이 여행하는 것은 모 아니면 도다. 아주 좋지 않으면 아주 별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향이나 성격이 잘 맞으면 여느 때보다도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고, 자꾸 어긋나면 여행을 망치는 경우도 생긴다.


부모님과의 여행은 좀 복합적이다. 장기 여행을 함께 한 경우, 힘들지 않았다는 사람을 거의 본적이 없다.


가령, 유럽은 한국처럼 기차가 따박따박 오거나, 음식도 빨리 나오지 않는데 그걸 잘 모르는 부모님들은 레스토랑에서 '우리 음식 왜 안나오냐고 물어보라'고 하신다. 원래 음식이 천천히 나온다고 해도 늦게 나오는 것을 답답해 하신다.  


그냥 그 나라에 맞춰 이해하고 즐기면 될 것 같은데, '그래도 이런거는 한국이 낫다'거나 '유럽이라고 다 좋은 거는 아니네' 이런 말을 들으면 좀 속이 터진다.


MBN에서 여러명이 나와 수다떠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김경화 전 MBC 아나운서가 엄마 얘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본적이 있다. 스무살 때 대학 합격한 후 엄마랑 단둘이 여행을 갔는데 일주일 내내 싸우다가 돌아왔단다. 그 이후로 20년 흐른 지금까지도 엄마와 여행을 가지 않았다며 펑펑 울었다.


부모님과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이 될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도 엄마와 여행하면서 자주 부딪혔다.


왜 그렇게 불평불만이 많으신지, 정말 짜증이 깊은 속에서부터 터져나오려는 걸 몇 번 참았다.


좋은 여행 파트너는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다. 너무 멋있다, 너무 아름답다, 진짜 맛있다! 이런 말을 옆사람이 하면 자신도 모르게 동화되기 때문에 가능하나 좋은 말, 예쁜 말을 해야 즐거운 여행이 된다.


반면, 가족은 매우 편한 사이이기 때문에 사소한 불평을 늘어놓을 때가 있다. 엄마는 숙소에 너무 예민했는데, 방에 들어가자마자 그 방의 단점을 찾아내려 애쓰는 것 같았다.


그게 맞는 말이어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꽤 별로다. 예를 들면, 호텔 창밖을 보더니 '아니, 창문밖에 웬 공사판이야'라거나 '어휴, 저 커텐 좀 봐라. 커텐을 뭐 이렇게 우중중한 색으로 했대' 이런 말들이다.


집에서라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테지만, 내가 애써 준비한 여행인데 엄마가 그렇게 부정적인 측면을 드러낼 때 나의 노고가 무시되는 듯한 느낌을 받기 쉽다.


하지만 지나면 다 별거 아니다. 그러므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아니 창문밖에 웬 공사판이야'

라는 말에
'엄마, 뷰까지 따지려면 호텔비 30 이상은 줘야돼. 어짜피 낮에 관광하고 잠만 잘건데 뷰가 뭐가 중요해?'


이런 대답은 좋지 못하다. 가장 좋은 반응은 다음과 같다.
'그러게~'
끝!


'어휴, 저 커텐 좀 봐라. 커텐을 뭐 이렇게 우중중한 색으로 했대'
라는 말에는
'커텐이 뭐가 중요해. 호텔 잡을 때 커텐 색까지 따지는 사람이 어딨어?'
이러면 안된다. 가장 좋은 대답은 다음과 같다.


'어 그러네?'
끝!


다퉈봤자 돌아오면 남는건 후회뿐이다. 그때 화내지 말걸, 그때 괜히 짜증을 냈네,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길어봤자 며칠 안된다. 참을 인자를 마음에 새기고 가능한 다 맞춰드려라. 그래야 나중에 후회도 없고 나름 효도했다는 뿌듯함이 남는다.



4. 자유여행은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유럽은 소매치기가 정말로 많다. 나는 운좋게 당한 적은 없는데, 지인 중에 절반 이상은 소매치기 경험이 있었다. 핸드폰이 가장 기본이었으며 작은 가방에서부터 큰 캐리어까지, 그리고 호텔방에 있던 물건이 사라지는 사건까지, 별의별 도둑이 다 있다.


부모님과 가야한다면 고려해야할 것이 더 많아진다. 돈도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배낭여행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움직이고 하다보면 위험도가 높아지니, 우버나 택시를 이용하거나 픽업 샌딩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부모님들의 '괜찮다'는 진짜 괜찮은 게 아닐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부모님은 까다롭다'라는 전제를 깔고 여행을 준비하는 것이 맘 편하다. 좋은 호텔, 좋은 항공을 이용하면 기본적인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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