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빌트인 냉장고, 전원코드는 어디에 (결국 AS 부름)

자, 여러분이 평소 사용하는 가전제품이 갑자기 작동하지 않는다고 치자.

그럼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인가?

당연히 코드가 잘 꼽혀있는가 확인하는 일이다.

컴퓨터 부팅이 안될 때, 전자렌지가 작동하지 않을 때, TV 리모컨을 눌러도 화면이 나오지 않을 때, 냉장고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을 때, 누구나 전원 코드가 잘 꼽혀 있는지 일단 확인해볼 것이다.

얼마 전의 일이다.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전원이 꺼져 있다.

냉장고 내부 음식들이 아직 차가운 것으로 봐서 전원이 꺼진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전원 코드를 잘 꼽혀 있는지 확인해보려고 하는데, 빌트인이라 도통 전선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냉장고 안의 버튼을 하나씩 눌러본다. 특히 전원 버튼은 5초 이상 길게도 눌러보고 여러가지 해볼 수 있는 것들은 다해봤다. 그래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냉장고 하단 바닥에 공간이 있길래 가림막을 앞으로 빼서 봐도 전선은 보이지 않았다. (빌트인이라 전선을 가려야 한다면 여기에 연결하면 딱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두꺼비집을 의심해봤다. 예전에 온수매트를 쓰다가 누전이 있었는지 두꺼비집이 내려갔던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꺼비집에 차단기 같은게 4개였는데 하나씩 내려서 다 확인해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즉, 결론은 전원 코드가 빠져 있을 가능성이 제일 컸다.

냉장고 고장일 가능성은 극히 적었다. 내가 사는 오피스텔은 지어진지 2년쯤 되었으므로 냉장고도 2년 밖에 되지 않았다.

냉장고 주위를 샅샅이 뒤져도 도통 냉장고 전선을 찾을 수가 없었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깔끔하다며 좋아했던 빌트인이지만, 이런 치명적인 단점이 있을 수가.

냉장고 인근 수납함 안쪽과 옆의 씽크대하며 온갖 곳을 다 뒤져봐도 냉장고의 전선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관리실에 전화를 했다.

"냉장고 전원이 안들어오는데, 전원 코드가 안보여요."

그랬더니 관리실 아저씨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 그거 AS 부르셔야 돼요."

두둥! 그런 것이었다!

전원 코드만 확인해보고 싶은데도, AS를 불러야 하는 것이었다ㅜㅜ 

LG전자 AS에 전화했더니 내일 아침에 예약 가능하다고 했다. 다른 가전 제품도 아니고 냉장고인데, 음식 때문에 걱정돼서 가능한 제일 빠른 시간대를 예약했다.

한겨울이라 다행이었다. 냉장 식품들은 창가 시원한 자리로 옮겨놨는데, 냉동 식품이 문제였다.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를 지상 주차장으로 옮겼다. 영하 10도는 흔한 1월이었기에, 아주 최적이었다. 혹시 차량 내부 온도가 높아질까 아주 약간 창문을 열어놨다. 차가운 공기가 들어가서 나의 소중한 냉동 식품들을 지켜주길 바라면서.

어쨌든 다음 날 AS 기사 아저씨가 오셨다.

"냉장고 작동이 안되니, 전원 코드 확인 좀 하게 해주세요"

생각보다 복잡한 과정이어서 깜짝 놀랐다.

일단 아래 냉동고쪽 문짝의 나사를 풀어 덮개를 뜯었다. 그 다음, 냉장고 안쪽 나사를 몇개 풀었다.(냉동고처럼 문짝을 뜯진 않는다)

냉장고를 받쳐줄 바퀴달린 받침대 같은 수레를 아래에 놓은 뒤 냉장고 윗쪽 문을 힘껏 당긴다.

냉장고가 나온다! 냉장고 뒤에 전원 코드가 보인다.

깔끔한 인테리어의 빌트인 냉장고의 속살(!)을 보니 뭔가 좀 허무했다. 이것이 너의 실체였구나.

어쨌든 AS 아저씨가 냉장고를 당기니, 뒷쪽 벽면 하단에 전원 코드가 보였다. 역시나 예상대로 전원 코드가 빠져 있다.

냉장고는 내가 입주할 때부터 켜져 있었으니, 아무래도 애초에 헐겁게 꽂혀 있었던 듯 하다. 그러다가 자주 문을 여닫으니 힘없이 빠진 것 같았다.

<다시 꽂은 전원 코드>

어쨌든 AS 기사님이 냉장고를 원상복구하고 도구들을 정리하시면서,

AS 비용이 2만5000원이라고 하신다.

'헉'소리가 절로 나왔다. 어제 상담원과 통화할 때 "18000원 정도 비용이 발생하실 수 있으시다"고 했을 때도 속으로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25000원이라니...ㅠㅠㅠ

카드 리더기를 들고다니신다고 하여 카드로 긁었다.

전원 코드를 확인하기 위해 AS를 불러야 하고 게다가 25000원을 지불해야 하다니..ㅜㅜ 최근 소비했던 일 중에 가장 가슴이 쓰라렸던 기억이다.

빌트인도 좋지만, 적어도 전원 코드는 직접 확인할 수 있게 좀 우회해서 만듭시다!ㅠㅠ

- 모모송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