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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물에 뜰 수 있을까?..배영, 믿기지 않던 성공의 기쁨

by 모모송이 2018. 1. 10.



배영은 가장 배우고 싶었던 영법이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그 자체가 대단해 보였고, 물 위에 누워 있으니 숨 쉬기도 쉬워 보였다.


하지만 자유형을 배우면서도 과연 내가 배영을 하듯 뜰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지울 수 없었다.


물론 자유형도 수평뜨기를 한 후 물에 떠서 진행이 되지만, 배영은 얼굴이 물 밖에 나와 있어야 하므로 더 대단해 보였다.


자유형이 익숙해질 무렵, 배영의 팔돌리기 진도를 나갔다. 배영의 팔돌리기는 엄지손가락으로 나오고 새끼손가락으로 들어간다,만 기억하면 된다. 새끼손가락으로 물에 들어가면 물을 잡듯이 '휙' 앞쪽으로 당겨야 속도가 난다.


자유형 발차기 때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덕분일까. 배영은 배울 때 큰 어려움이 없었다.


가장 관건은 초반의 몸 띄우기다.


과연 내가 뜰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강사님이 "힘을 빼세요. 절대로 물 속에 가라앉지 않습니다"라고 수없이 말했지만, 겁이 나서 다시 벌떡 일어나기를 수차례.


아쿠아봉이라 불리는 길다란 킥판을 허리에 대고 물 위에 누웠다. 그마저도 겁이 났지만, 힘을 빼니 진짜로 물에 뜨는 것이 아닌가!


아쿠아봉이 U자 모양으로 내 허리를 받쳐주고 있으니 안정감이 느껴졌다. 그제서야 발차기 진도를 나갔다. 배영의 발차기는 자유영 발차기에 비하면 정말 쉽다. 발목을 물 위로 툭툭 턴다는 느낌으로 하는데, 힘이 별로 들어가지 않음에도 속도가 잘 나간다.


그 다음 수업 시간에 아쿠아봉을 빼고 눕기를 시도했다. 물을 먹어도 상관없다는 해탈의 마음을 가지고 진짜로 온몸에 힘을 뺐다. 성공한 그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우아, 드디어 뜬다! 나도 물에 떠!"


너무 감격하여 혼자 박수쳤다. 수영강사님도 엄지척!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몸에 힘을 빼고 누우면 물에 뜬다니. 수영 배우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그때 100번도 더 했다. 배영이야말로 수영을 배우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이제는 바다에 빠지더라도, 배영 자세를 취하면 숨은 쉴 수 있으니, 적어도 숨쉬기 위해 허우적거리며 빠지지는 않겠다 싶었다.


배영에 성공하니 재미가 붙어 자유수영을 더 자주했다. 물 위에 유유히 떠다니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신나던지! 룰루랄라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게다가 자유형처럼 한두바퀴 돌아도 지치는 것이 아니라, 몇 바퀴를 돌아도 거뜬했다. 물론 속도를 내려면 열심히 팔돌리기를 해야하지만, 그냥 둥둥 떠서 발차기만 해도 쭉쭉 나갔다.


처음에는 내가 수영을 왜 시작해서 이 고생인가, 싶었는데 배영을 배우고 나니 너무 재미있어서 주위에 '수영 배워라, 너무 재밌다'고 적극 추천하는 상황이 됐다.


자유수영 갈 때 타이밍을 잘 맞추면 사람이 거의 없어 한 레일을 차지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뒷사람 신경 안써도 되니, 배영을 마음껏 한다. 배영이라기 보다 물에 떠있는 수준이긴 하다. 물에 둥둥 떠서 유유자적 가벼운 발차기만 해도 즐겁다.


물 위에 고요히 떠 있으면 세상시름이 다 걱정없다. 그야말로 무념무상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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