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축학개론'은 여러모로 훌륭한 영화다.
영화 리뷰는 나중에 따로 쓰기로 하고. 오늘은 영화 속 촬영지인 카페 '서연의 집'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첫사랑의 집을 지어주는 스토리에서 '집'은 아주 중요한 매개체로 나온다. 낡은 집을 고쳐서 새집으로 만드는 과정. 주인공들이 주고받는 많은 감정들이 집에서 이뤄진다.
극중 서연(수지·한가인)의 제주 집으로 등장했던 장소가 카페로 운영되며, 지금까지 영화팬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오픈한 첫 해부터 지금까지, 제주를 갈 때마다 거의 들린다. 꼭 가야만 하는 장소가 됐다. 갈수록 사람이 많아져 여유롭게 앉아 커피 한잔을 하는 것이 이젠 어렵게 됐지만, 초기만해도 그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운좋게 바다뷰의 자리를 맡을 수 있었고,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도 마시고 잡지도 읽고 오고 그랬다.
어느 여름에는, 아침마다 '서연의 집'에서 커피를 마시면 참 좋겠다 싶어 일부러 그 근처에 숙소를 잡은 적도 있었다. 오로지 그 카페 때문에.
위치 상으로 '서연의 집'은 관광지와과는 거리가 멀다. 서귀포 남원읍 위미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일부러 가지 않는 이상 마주치는 동선이 별로 없다. 게다가 그 동네 숙소도 마땅찮아서 정말 힘들게 알아봤고, 그 마저도 너무 낡고 별루여서 엄청 후회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아침에 산책하듯이 걸어가서 '서연의 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해질 무렵에 다시 '서연의 집'에 가서 차를 마시고 일몰을 보고 숙소로 돌아왔던 그 때가 아주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름이 헷갈리는데 '서연이네'라고 하는 이들도 많다. 포털에 '서연이네'라고 치면 무슨 감귤 가게가 나온다. '서연의 집'이다.
한 친구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에 아침 9시 문여는 시간에 일부러 맞춰 갔단다. 그래도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서연의 집'은 해질 무렵에 가야 제일이다.
지금도 오픈이 돼 있는지 모르겠는데, 2층 야외에 작은 캠핑 의자가 몇개 놓여 있었다. 거기에 앉아 커피나 차를 마시며 일몰을 구경하는 것이 참 좋았다.
제주에는 널리고 널린 것이 바다뷰 카페인데, 그리고 위미 앞바다가 맑고 유명한 해변도 아닌데, 자꾸만 '서연의 집'을 찾게 되는 것은 영화의 힘이리라.
'건축학개론'을 이렇게 오래 추억할 수 있는 카페가 남겨져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아직도 옥상에는 한가인과 엄태웅이 바닷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자는 모습이 그려질 것만 같다.
아주 조용한 마을인데, '서연의 집'을 찾는 이들의 차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만 남긴채 골목에 빼곡히 차들이 주차돼 있다.
애써 카페 가까이 주차하지 않아도 된다. 위미항 근처에 여유롭게 주차를 하고 산책하듯 바닷길을 따라 가다보면 오른편에 '서연의 집'이 보인다. 걸어가는 길이 참으로 예쁘다.
위치도 숙소도 불편한데 이상하게 위미는 정이 간다.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다 중 하나인데, 협재나 함덕처럼 에메랄드빛 바다도 아닌데, 위미 바다만이 주는 분위기가 있다. 위미항부터 '서연의 집'까지 걸어가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으니, 꼭 바닷길을 산책해보길 바란다.
제주 올레길 5코스를 걷다보면 위미와 '서연의 집'이 나오니,
날 좋은 때, 올레길을 걸으며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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