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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엄마랑 떠난, 서유럽 패키지에 대한 단상 ①

by 모모송이 2018. 1. 4.



"엄마가 봤으면 참 좋아했을텐데..!"


유럽에 갈 때마다 생각했다. 왜 좋은 것을 보면 가족들 생각이 날까.


유채꽃이 만발하던 체코에서 유독 엄마가 생각났다. 함께 제주도로 유채꽃 구경가던 때가 떠오르며, 꽃을 좋아하는 엄마 얼굴이 자꾸 어른거렸다.


예쁜 꽃이 지천에 널려 있는 5월의 유럽에서 그랬고, 밤 9시가 되도록 해가 지지 않아 늦게까지 구경 다녔던 7월의 유럽에서도 그랬다. 그러나 한국만 오면, 엄마와 멋진 여행을 가리라는 다짐은 금세 잊혀졌다.


대한민국의 직장인으로서는 고작 열흘 정도의 휴가를 낼 수 있을 정도여서 늘 나 혼자 가기에 바빴다. 바쁜 관광이 아닌 진정한 휴식을 얻고자 했으므로, 누군가와 함께 가는 여행을 선호하지도 않았다. 혼여족의 삶을 즐겼다. 


계획을 디테일하게 짜서 움직이는 여행보다는 발길 닿는대로의 산책같은 여행을 즐겼으므로 혼자하는 여행이 편했다. 여행자보다는 방랑자에 가까웠달까.


어느 날, 회사를 이직하는 텀이 생겼다. 웬 떡이냐 싶어 무작정 짐을 싸서 바로 유럽으로 날아갔다. 그때가 5월이었는데 프라하에서 카를로비 바리로 넘어가는 사이, 버스 창밖으로 유채꽃이 만발한 것을 보고 감탄을 했는데, 그때 엄마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생각해보니, 이때가 아니면 엄마와 여행할 시간이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한국에 바로 전화를 걸었다.


# 패키지 상품 고르다가 머리 터진 이유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는 여행은 부담이 큰 법이다. 상대가 부모님이면 더 크다.


처음에는 일일투어를 생각했다. 요즘에는 웬만한 유럽 도시마다 일일투어가 잘 돼 있는데, 딱 하루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투어를 같이 하는 상품들이다. 혼자 여행할 때 가끔 일일투어를 이용한다.


그러나 투어는 따로 한다고 쳐도, 숙소와 먹거리, 교통편을 내가 혼자 책임지는 것은 무리였다. 혼자 여행하며 기차를 놓친 일, 물건을 잃어버린 일, 햄버거로 대충 식사를 떼운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엄마가 함께라면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여행사 패키지를 선택했다. 유럽까지 엄마가 혼자 오는 것도 무리여서 패키지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엄마는 인천공항에서 가이드 및 패키지 사람들과 함께 파리로 들어오고, 나는 현지에서 합류하면 됐다.


상품을 선택하는 것에 참 많은 고민을 했는데, 가격도 일정도 천차만별. 정말 말도 안되는 일정이 태반이었다. '10일 5개국'이 있는가 하면, '12일 7개국'도 있었다. 어떻게 이틀마다 나라를 옮겨 다니지? 나는 10일을 한 나라에만 있어도 반의 반도 구경 못했는데.


한마디로, 오늘 서울 관광을 하고 내일 부산으로 가서 관광을 하고, 다음날 일본으로 이동하는 식의 일정이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일정인데, 대부분이 그러했다. 휴가를 길게 내기 어려운 한국인들에게 맞춘 어쩔 수 없는 상품들이리라.


일단 엄마가 유럽이 처음이니, 서유럽이 좋을 것 같았다. 첫 유럽 방문에 에펠탑은 봐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무엇인가 유럽의 상징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파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곡 엄마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3개국은 꼭 들어갔으면 했는데 3개국은 대부분 7~9일 뿐이었다. 아니면 보통 '프랑스 일주 8일'처럼 한 나라에 집중된 상품이었다. 내가 원한 것은 3개국 11일~12일 짜리였으나 입맛에 맞는 상품이 없었다.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영국 4개국 11일짜리가 그나마 제일 여유로웠다. 유일하게 비행기로 이동해야 하는 영국은 왜 굳이 넣었나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웃이 런던이었는데, 엄마와 이틀 정도 여행을 더 하고 싶어서, 리턴 티켓을 미뤘다. 추가 비용이 들었는데 약 40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행사를 고르는 것도 일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사를 고르기에는 좀 걱정이 돼서 하나투어, 모두투어, 롯데관광, 한진관광 등 유명한 여행사 위주로 찾아봤다.


비슷한 일정임에도 터키항공은 290만원, 대한항공은 370만원 이런 식으로 항공사에 따라 가격이 100만원 이상 차이났다. 직항&국적기만 고집하지 않는다면 100만원 이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나였다면 당연히 저렴한 경유 비행기를 택했겠지만, 엄마는 장거리 비행이 무리일 것 같아 직항&국적기를 택했다.  


실속/고급/품격 이런식으로 상품이 나눠져 있는데, 항공기와 숙소 그리고 옵션이 많이 포함됐는지 안됐는지의 차이였다. 엄마와의 여행이었으므로 가장 비싼 상품을 골랐다. 일일이 옵션 비용을 내느니 그게 맘 편할 것 같았다. 가격은 인당 거의 400만원이었다.


나는 유럽에 있었으므로 현지 합류를 했는데, 항공료를 제외한 가격만 내면 됐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100만원 초중반 즈음 빠졌던 것 같다.


그렇게 상품을 예약하고, 엄마가 패키지 사람들과 파리로 입국하는 날, 샤를드골 국제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 엄마의 첫 유럽 입성을 축하합니다!


플래카드에 '엄마 000씨의 첫 유럽 방문을 축하합니다'라고 쓰고 싶었으나 마땅치 않았다. 전광판 어플을 다운받아 '웰컴 엄마'를 작성했다. 번쩍번쩍 거리는 핸드폰을 들고 엄마를 기다렸다. 출구로 나오는 사람 중 한국 사람으로 보이는 몇몇이 내 핸드폰을 보더니 웃었다.


근데 도착 시간이 한참이 지나도 엄마는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웰컴 인사를 위해 핸드폰을 들고 있던 팔에 점점 힘이 빠졌다. 한국인 패키지 사람으로 보이는 이들은 속속 나오는데, 이상했다. 


최근 방영됐던, 이연희 정용화 주연의 JTBC 드라마 '더 패키지'를 보면서 그때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났다.





<엄마가 너무 좋아하셨던 이탈리아 밀라노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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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떠난, 서유럽 패키지에 대한 단상 ②


엄마랑 떠난, 서유럽 패키지에 대한 단상 ③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