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베기스(Weggis).
여행 루트에 흔히 포함되는 마을은 아니다. 보통 루체른에서 리기산을 다녀올 때, 유람선을 타기 위해 잠시 들리게 되는 마을로, 아주 조용하고 아담하다.
루체른에서 보통 리기산을 많이 가는데, 가장 유명한 루트는 다음과 같다.
루체른 (유람선·베기스 경유) - 비츠나우 (등산열차) - 리기산 (케이블카) - 베기스 (유람선) - 루체른
스위스패스가 있으면 모두 무료다. 스위스패스는 매우 유용했는데, 스위스에 3일 이상 머문다면 대부분 이용하는 듯 하다. 나는 스위스에 5일 정도 머물렀는데, 스위스패스가 필요한가에 대한 계산을 하느라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
스위스패스 뿐 아니라 유레일이나 각 나라별 패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각각 구간권의 금액을 대략적으로 뽑아보고, 패스와 비교해서 더 저렴한 쪽으로 결정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패스의 금액이 조금 높더라도 편의성이 더 중요하다면 패스를 사는 것이 이득이다.
나 역시, 유람선을 타야하고 리기산도 올라야 했기 때문에 각종 교통비와 입장권(루체른 빙하공원) 등을 감안했을 때 금액의 큰 차이가 없어 패스를 구입했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여행카페에 '00일 동안 여행하는데 패스가 나을까요?'하는 질문을 하는데, 이건 각자 루트에 따라 총 구간권과 패스의 금액을 비교해보고 결정할 일이다.
리기산은 생각보다 아담해서 그냥 산책하는 기분으로 다녀오기 좋았다. 스위스는 각종 산악 열차가 잘 돼어 있어 창밖 구경하듯 등산할 수 있다.
<리기산에서 케이블카 타러 가는 길>
리기산에 올라갈 때는 등산열차를 따고 내려올 때는 등산열차를 타다가 중간에 케이블카로 바꿔탔다. 스위스패스로 타볼 수 있는 것은 다 타보고 싶은 사람들의 흔한 루트다. 단, 중간에 케이블카로 갈아 타는 길이 좀 헷갈리고 외지다. 케이블을 타러가는 길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니 나 혼자였다. 그때는 7월 성수기였다. 늘 사람으로 북적이디가 갑자기 산에서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드니 좀 어색했다. 케이블카를 갈아타는 길이 맞나 여러번 두리번 거렸는데, 다행히 잘 찾았다. 도착해보니 어느 한 가족이 기다리고 있어서 함께 탑승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베기스라는 마을에 도착한 뒤, 선착장으로 가서 루체른으로 가는 유람선을 타면 됐다. 그런데 잠깐 유람선을 타기 위해 머물게 된 베기스라는 마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볼거리가 크게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너무 고요하고 평화로운 그야말로 '힐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동네였다. 조용하고 정적이고 진정한 휴식을 느낄 수 있었다. 성수기는 성수기였는지, 유람선에 사람이 너무 많아 한 대를 보내고 다음 유람선을 탔는데, 그래서 머무는 시간이 더 늘었다.
<케이블 타러가는 길. 작은 묘지들이 보였다. 성수기임에도 사람이 없어서 계속 두리번거려야했다.>
선착장 근처에는 야외 무대가 있는데 놀랍게도 연주자의 실력이 매우 뛰어났다. 바이올린과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등의 연주자들이 다양한 곡을 연주했는데, 흔한 길거리 연주 수준이 아니었다. 바이올린 연주자의 단정한 옷차림 그리고 사람이 많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레파토리를 준비한 것을 보았을 때, 혹시 마을에서 고용한 연주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 프로페셔널했다.
한적한 곳에는 어린이들이 심심함을 달랠 만한 놀이거리도 있었다.
많은 유럽인들이 스위스에서 노후를 보낸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거리에는 많은 노인 부부가 보였다. 문득, 생각했다. 나도 결국은 저렇게 백발이 되고 나이가 들겠지. 인생의 마무리를 해야할 시기가 올텐데, 그 때는 누가 내 곁에 있을까. 혼자인 것이 좋은 나지만, 문득 나이듦에 대한 생각에 노인 부부를 한참 바라봤다.
<주인을 기다리는 하얀 미니 요트들>
<루체른으로 돌아가기 위해 유람선을 타는 사람들. 이미 비츠바우에서 많은 사람들이 루체른으로 가기 위해 유람선을 타기 때문에, 경유지인 베기스에는 만석이다. 성수기에는 다음 배를 타야할 수도 있다. 막차 시간 등 체크하여 여유롭게 이동할 것을 권유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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