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 줄 알았다면, 나는 애초에 시작을 안했을 것이다.
'수영을 한번 배워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고, 평소 튜브나 구명조끼를 이용해 물놀이 하는 것을 좋아했으니 수영을 배우면 더 재밌겠다 싶었다.
1:1 강습을 시작했는데, 첫날부터 멘붕의 연속이었다.
"아니, 수영이 이렇게 어려운 거였어?"라는 말이 절로 튀어 나왔다.
일단 수영 초보자의 첫 번째 난관. 바로 '발차기'다.
보통 자유형-배영-평영-접영 순으로 배우는데, 가장 처음 배우는 것이 수평뜨기와 자유형 발차기다. 수평뜨기는 의외로 금방 된다. 힘을 좀 빼고 발을 바닥에 치고 바로 엎드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발차기가 너무나도 어렵다. 감을 잡기가 쉽지 않다. 물속에서 발을 차는 것이 이렇게 많은 에너지 소비가 되는 줄 미처 몰랐다. 가볍게 튜브 끼고 물놀이 하는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보통 수영장은 25m인데, 킥판을 잡고 발차기하며 25m 가는 것이 쉽지 않다.
발차기와 함께 호흡법을 배우는데, 물속에서는 코로 숨을 내쉬고 물 밖에서는 입으로 얼른 '훅'하고 공기를 들여마셔야 한다.
호흡도 문제였다. 생전 물 속에서 숨을 참아본 적도 없고, 입으로 숨을 들이마신 기억도 별로 없다. 평생 처음 해보는 호흡법이니, 그것도 물과 물밖을 오가며 해야한다니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비록 저질 체력이긴 하지만, 수영이란 유유자적 여유롭게 물에 떠 있는거라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죽어라 온힘을 다해 발차기를 해도 25m를 못가는 것을 알았다면 아마 시작을 안했을 것이다.
처음 2개월은 수영을 그만둬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수영을 배우는 목적은, 운동도 좀 하고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서였다. 그런데, 연습을 할 때마다 숨차 죽겠고, 발차기 한번만 해도 힘들어서 헉헉 대고 있으니, 내가 이러려고 수영을 배우고 있나 자괴감만 드는 것이다.
주 1회 레슨을 받고 주 2회는 따로 자유수영을 하며 연습을 했는데, 수영이 끝나면 매번 찝찝했다. '오늘도 역시 안되네' 혹은 '아 숨차 죽겠는데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그만 둬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수영장을 나서게 되는 것이다. 아주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거의 티도 안날 정도였다.
수영은 일단 힘을 빼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어디에도 경직돼 있으면 안된다. 발차기 역시 그러한데, 발목의 스냅을 자연스럽게 이용하면서 허벅지는 밑으로 누르는 느낌으로 차야 하는데 감 잡기기 쉽지 않다. 처음에는 온힘을 다해 양쪽 다리를 죽어라 위아래로 흔드니 힘만 들어가는 것이다.
발차기에 대한 감이 오기 시작한 것은 4개월 쯤 지나서였다. 힘을 빼고, 발의 폭을 좀 줄이고 발목을 이용해 움직였더니 속도도 빨리지고 숨 찬 것도 많이 나아졌다. 강사님의 말로는 폭을 넓게 하고 천천히 차면 힘만 들어가기 쉬우니, 폭을 좁히더라도 빨리빨리 차라고 하셨다.
가령, 우리가 양팔을 벌려서 날갯짓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양팔에 잔뜩 힘을 주고 위아래로 휘젓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깨와 윗팔쪽을 움직여 양팔을 자연스럽게 펄럭일 것이다. 그러면 양팔과 손목도 자연스럽게 위아래로 포물선을 그리며 곡선을 만들어낸다. 딱 그런 느낌이다. 발끝까지 힘을 주지 말고 릴렉스한 상태에서 허벅지를 물 아래로 살짝살짝 눌러주는 느낌이면 허벅지 아래의 다리는 자연스러운 스냅으로 물살을 타게 된다.
처음에는 포털에 '수영 발차기' '수영 호흡법'을 검색하며 이론 정보라도 얻고자 했는데, 대부분의 대답은 '연습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라는 식이었다. 그래서 수영 강사를 볼 때마다 붙잡고 하소연을 하게 됐다. 다음은 완전 초반 때 수영 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모모송이 : 강사님! 발차기 너무 어려워요. 진심 힘들어 죽을 것 같아요!
수영강사 : 원래 처음에는 다 그럽니다. 연습하면 됩니다.
모모송이 : 진심으로 연습 외에는 답이 없는 겁니까? 진짜 발차기 25m하면 쓰러질 것만 같고 5분은 쉬어야 해요. 아무래도 저에게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수영강사 : 모모송이 님이 좀 근력이 부족한 것 같긴 한데요, 그런 분들 많습니다. 모모송이 님만 그런게 아니니, 꾸준히 연습 계속하세요.
모모송이 : 저기 저 쪽에! 저 아주머니는 발에 모터 달린 듯 발차기를 저렇게 잘하시네요. 대체 어떻게 저렇게 로켓처럼 쭉쭉 나가나요? 저는 왜 저렇게 안되나요?
수영강사 : 저 분은 수영 10년 째 하고 계신 아주머니입니다...이제 2개월된 모모송이님 하고 비교하시면 안되지요.
모모송이 : 어머 어머! 저기 저 분은요? 저 분은 어쩜 저리 평온하게 호흡하고 그래요? 저는 심장이 막 터질 것 같은데요!
수영강사 : 저 분은.. 아마 20년 되셨을 걸요. 모모송이 님이 20년 하시면 저 분보다 잘하실 거예요.
인터넷 정보도, 수영 강사도, 연습만이 살 길이라는 똑같은 설명이었다. 물론, 수영 강사님이 이론적으로 설명을 해주시긴 하지만 몸이 따라가질 못했다.
하다보니 오기가 생겼는데, 여름 휴가를 가서도 수영복을 챙겨가서 근처 자유수영이 가능한 수영장에 가서 한두 시간 씩 연습하고 그랬다.
초보자들이 연습할 좋은 수영장 찾기가 쉽지 않다. 일단 킥판 이용이 불가능한 곳도 있고, 다들 수영을 잘하는데 나 혼자 발차기나 호흡 연습을 하기가 좀 부끄러울 때가 있었다. 나같은 초보자가 있으면 너무 반가웠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랑곳 안하고 그냥 열심히 했다.
킥판 잡고 발차기 하며 '음파 음파' 호흡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두달쯤 지나니 겨우 25m를 가긴 갔는데, 끝에 도착하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딱 죽을 것만 같았다.
어느 날은 수영하고 나서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는데, 호흡 때문에(너무 숨을 참아서) 뇌에 산소가 제대로 가지 않아서란다. 그런 일시적인 두통 증상을 겪는 일이 많다고 한다. 심지어 두통 때문에 수영을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과도하게 숨을 참아서도 안되고, 적당한 조절을 해야하는 것도 필요한 것이었다. 정말 산 넘어 산이었다.
수영은 내 길이 아니구나, 점점 단념을 하던 무렵! 팔돌리기 진도를 나갔다.
오호 이것은! 수영이 재밌다는 것을 처음 느껴본 순간이었다. 팔로 물살을 가르니 속도가 쭉쭉 나갔고, 죽어라 발차기를 안해도 되는 거였다. 팔돌리기야 말로 속도를 가름하는 진짜 주인공이었다.
사실 내가 대회를 나갈 것도 아니고 속도에 목숨 걸 필요는 없었으므로, 발차기는 적당히 하면서 팔돌리기를 연습하니까 좀 살 것 같았다.
지금 겨우 6개월이 지났지만, 몇 달 전을 생각하면 정말 까마득한 오래전의 일 같다.
그리고 '연습만이 살 길'이라는 말은 정답이었다. 지금은 평형을 배우고 있고, 자유형을 불편함 없이 하고 있으니, 정말 격세지감을 느낀다.
수영 진도는 자유형 끝내고 배영, 배영 끝내고 평영, 이런식이 아니라 자유형을 계속 하면서 다듬어나가면서 배영을 배우고, 평영을 하면서도 계속 자유형을 다듬어나간다.
발차기와 호흡에서 겪었던 어려움은 열심히 연습하다보면 정말 자신도 모르게 한계단 한계단 발전하게 된다. 왜 많은 이들이 '연습하면 됩니다'라고 했는지 이제서야 깨닫는다.
수영을 배우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것이었다. 수없이 때려쳐야겠다고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온 것은, 셀프 쓰담을 100번해도 모자르다. 지금은 수영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으니, 즐거운 취미 하나가 더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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