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ovanni Battista Vitali (1632~1692) chaconne
비탈리라는 작곡가의 이름을 지금까지 회자되게 만든 곡 샤콘느. 비탈리의 샤콘느,하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 지상에서 가장 슬프다는 그 곡?'이라고 떠올릴 것이다. 마치 'how are you?'하면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답해버리는 주입식 교육을 받은 학생들처럼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해서 비탈리의 샤콘느가 '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으로 불리게 되었을까. 이 곡이 실린 하이페츠의 바하 콘체르토 음반 발매시 음반사는 '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라는 카피를 크게 내걸었고, 이것은 상업적으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게 됐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빛바랜 풍경 하나가 이 곡에 있다.
때는 봄이었고, 우리는 대학교 2학년생이었다.
하루 종일 최루탄 연기를 잔뜩 맡은 우리는 카페 `에로이카'에 앉아서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창 밖으로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무언가, 모든 대화나 시나 철학을 넘어, 다른 그 무엇을 통해 울어버리고 싶었다.
언어 이외의 것으로 말이다.
한 선배의 공책을 찢는 소리가 이 침묵을 깨뜨렸다.
"뭐에요?" 한 친구가 조용히 물었다.
"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비탈리의 샤콘느..." 그리고 그가 덧붙였다. "하이페츠..."
우리는 말없이 담배를 한 대씩 붙여물었다.
오르간의 저음이 흘러나오고, 마침내 그 카랑카랑한 바이올린의 절규가 쏟아졌다.
그 날, 우리는 술 한잔 걸치지 않은 맨정신으로 말 한마디 없이 울 수 있었고, 그럼으로써 이 곡이 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라는 것을 긍정한 셈이 되었다.
음악칼럼니스트 조희창 씨가 한국판 음반 매뉴얼에 쓴 글이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이 글이, 음악 만큼이나 유명하지 않나 싶다. '비탈리 샤콘느'하면 '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라는 카피 문구가 회자되니 이 분, 보람 꽤나 있겠다.
찬란하게 내뿜어지는 하이페츠의 연주는 단연 으뜸이다. 앞으로도 하이페츠 그 이상의 연주가 나올 수가 없다고 많은 이들이 단언할 정도이니 과연 '바이올린의 신'이라 불릴만 하다. 하이페츠의 모든 연주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탈리 샤콘느 만큼은 하이페츠 연주를 자주 듣게 된다.
연주자에 따라 곡의 분위기는 확확 달라진다. 나에게는 하이페츠의 연주가 슬픔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처절하다. '비장한 각오' 쯤에 더 가깝달까.
슬픔이라는 말은 왠지 영롱한 눈물이 한방울 똑 떨구어져야 어울릴 듯 한데, 하이페츠의 연주를 들을 때면 차마 눈물도 보이지 못한채 땅바닥에 앉아 말없이 가슴으로 통곡하는 기분이 든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오이스트라흐의 연주 또한 음악가들이 꼽는 최고의 명연주다. 사라장의 연주는 기존의 비장한 음악적 분위기를 벗어나 아름답고 여성스러운 자신만의 색깔로 해석해 냈다.
하이페츠 연주
오이스트라흐 연주
살바토레 아카르도 연주
사라장 연주
김다미 연주
바이올린 악보
VitaliCharlier_Chaconne_Violin.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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