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다.
떨리는 마음을 안고, 버츠비 코리아에 전화를 해봤다. "버츠비 베이비 비 스킨 크림이 요즘 안보이던데, 혹시, 단종됐나요?"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했다. "네 단종됐습니다"
직원의 사무적인 대답을 들은 나는 마치 시한부 선고를 받는 환자처럼 절규했다. "안돼! 왜죠..!"를 외치고 말았던 것이다. 사무적인 직원분은 단종된 이유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내가 계속 찾아 헤맬 것이 걱정됐는지 "미국에서도 단종됐습니다"라고 했다.
그렇다. 이것은 현실이다.
버츠비 베이비 비 스킨 크림(burt's bees baby bee skin cream)은 건성인들에게 꽤 유명한 크림이다.
'악건성'이라는 슬픈 피부 타입을 지닌 나로서는 버츠비 크림을 만난 후 '인생템'이라며,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몇 년을 사용하면서 이 보다 더 좋은 크림은 없을 거라 단언했다.
악건성에게 좋다는 크림이란 크림은 안써본 것이 없고, 고가에서 저렴이까지 수분크림이란 수분크림을 다 써봤지만 만족을 할 수가 없었다. '악건성 화장품'이라는 말에 속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 버츠비 크림을 만나고서야 방황을 마칠 수 있었는데,
찐득하고 촉촉하고 자체 윤광까지,
정말 가뭄처럼 쩍쩍 갈라지는 피부에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매우 꾸덕한 재질인데, 얇게 발리는 것이 아니라 꽤 두텁게 발린다. 크림이기보다 바디 버터 같은 느낌? 그러면서도 엄청나게 촉촉했고, 두껍게 발리는 만큼 촉촉함이 하루종일 유지됐다.
건성에 좋다는 제품은 대부분 너무 오일리해서 화장이 금세 무너지곤 했는데,
이 버츠비 크림은 촉촉함이 오래 유지되면서 화장도 찹찹 잘 먹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올리브영에서 파격 세일을 하는 것이었다. 거의 50% 가격으로 저렴하게 팔았는데, 한 10개를 주문했다. 코스트코에서 2개 묶음에 3만원 대로 팔았는데, 그 가격보다도 저렴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곧 단종될 것을 알고 재고를 털기 위해 떨이로 내놓은 듯 했다. 여하튼 그때 구입했던 10개를 지금까지 쓰고 있는데 이마저도 바닥이 보인다.
내 인생 최고의 크림이었는데, 단종이라니.
버츠비 크림의 단종은 내 악건성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를 가져왔다. 아직도 버츠비를 대체할 제품을 찾지 못했다.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이렇게 애타지는 않을텐데.
이 추운 겨울, 쩍쩍 갈라지는 피부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버츠비 크림의 단종이 불러온 파국은 생각보다 심각하다..ㅠㅠ
마지막 남은 나의 버츠비 크림. 바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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