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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 V

'신과 함께', 신파+재미+교훈..가족과 보면 좋을 영화

by 모모송이 2018. 1. 2.



애초에 기대를 안했다.


원작인 주호민의 웹툰도 읽어본 적 없으며, 예고편을 보고서는 다소 유치하겠다 싶었다. 보고 싶은 영화 순위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원작이 있는 영화의 경우에는 원작을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왕왕 있어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신과 함께-죄와 벌'이 벌써 1000만 돌파가 목전이다. 2018년의 첫 천만 영화가 되는 셈이다. 그 흥행에 나도 일조를 했다. 보고 싶은 영화가 아니었음에도 내가 이 영화를 본 것은, 연말에 가족과 보기 적당한 소재일 것 같아서였고,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가족들이 다들 재밌게 본, 평타 이상의 영화였다. 천만이 가능했던 이유도 연말의 특수성과 가족이 보기에 적당한 영화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대진운도 좋았다. '강철비'와 '신과 함께'를 두고 고민했는데, 연말에 가족과 보기에는 다소 '강철비'가 무거운 느낌이 들어 가볍고 재밌게 볼 '신과 함께'를 택했다.


성인들도 영화를 보면서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영화인데, 말 안듣는 초딩이 있는 가정이라면 더더욱 좋은 교훈이 될 것 같다.


네이버 영화 평점을 자주 참고하는데, '신과 함께' 평점의 공감 1위는 '나 죽어서 지옥가면 어떡하냐. 앞으로 착하게 살아야지'였다. 무려 6천여명이 공감을 눌렀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뭔말인가 했는데, 보고 나서 나도 모르게 '아 착하게 살아야지'하는 말이 절로 나와 웃음이 났다.


신파라는 지적도 많은데,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7번방의 선물'도 그랬지만, 가족끼리의 서글픈 사연은 정말 눈물을 안흘릴래야 안흘릴 수가 없다. 작정하고 노렸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가족애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더더욱. 


'7번방의 선물'이 "아빠 엉엉엉"이었다면, '신과 함께'는 "엄마 엉엉엉"이다. 엄마와 아빠를 부르짖으며 통곡하는데, 눈물을 안흘릴 사람이 어디 있을까. 공교롭게도 '7번방의 선물'은 아버지가 장애인이었고, '신과 함께'는 어머니가 장애를 가진 인물로 그려지는 공통점이 있다.


눈물 콧물을 짜내기 위한 장치는 때로는 얕은 술수를 비난 받지만,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가 나쁘지 않다면 치명적인 단점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희생하는 소방관이라는 설정이라든가,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장애인 어머니, 그리고 죽은 아빠를 대신해 보내주는 편지 등의 설정은 좀 과하다는 느낌이다. 너무 감성적이고 피상적이며 극단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온가족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칭찬은 이 때문이다. 초딩 조카가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지만 가장 주목받은 배우는 김동욱이다. 수화를 하며 엄마 앞에서 통곡하는 후반신은 정말 '김동욱의 재발견'이었다. 이번 영화의 가장 큰 수확은 김동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게는 아직도 김동욱, 하면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만 떠오르는데, 어찌보면 김동욱의 또다른 대표작이 생긴 셈이다. 원귀의 악한 모습과 절규하는 아들의 모습이 대조를 이뤘는데, 극과 극을 오가는 그의 연기는 영화의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도경수의 연기력도 가히 놀랍다. '도대체 관심병사 연기한 배우는 누구냐'는 반응도 웹상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엑소의 멤버 디오인데,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처음 보고 '와, 쟤는 계속 연기해야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던 친구다. (원래는 연기할 때 '도경수'라는 본명을 사용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닌가? 이번 영화의 출연자 목록을 보니 '디오'로 나와 있다.)


처음 연기하는 것을 봤을 때 '표정이 타고 났다'고 생각했다. 천사 같이 순수한 면도 있지만 반대로 알 수 없는 오묘하고도 싸늘한 기운도 있어서 나중에 악역을 해도 참 잘 소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관심병사 역이야 말로, 어찌보면 선과 악의 그 중간 즈음인데, 배역을 참 잘 만났다. 물 만난 물고기 마냥 관심병사 캐릭터를 선명히 살려냈다.


그러고보면 연기 DNA는 정말 타고나는 것 같다. 임시완 같은 경우도 첫 작품부터 매끄러운 연기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는데 역시나 이후 작품에서도 연기를 잘한다. 디오 역시도 첫 작품부터 출발이 좋았다.


'신과 함께'를 보면서 지루하던 장면이 딱 하나 있었는데, 군부대 용오름 신이다. 정말이지, 너무 길고 지루해서 '저 장면의 5분을 덜어냈으면 정말 좋았을텐데'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드라마로 탄생된다는데, 드라마는 원작에 더 가까울 전망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영화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영화를 본 후 원작 웹툰을 찾아 읽어봤다. 영화와는 꽤 다른 분위기다. 무료로 볼 수 있는 편까지 단숨에 읽었다.


웹툰을 읽어보니 휘황찬란한 영화와는 달리 특유의 여백의 미가 느껴진다. 무심한 듯 무심하지 않은 진기한 변호사가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드라마에서는 원작의 매력을 살려낼 것으로 보이는데, 진기한 변호사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물론, 누가 캐스팅될지가 관건이다.